법인 재무제표 읽기
- 법인의 이해/법인 재무제표 읽기
- 2019. 9. 4. 15:33
법인 재무제표 읽기
도대체 돈은 다 어디 갔어?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대표가 알아야 할 ‘재무제표’입니다. 회사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의 집합체입니다. 이 집합체를 요약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재무제표’입니다. 영업, 제품, 기술, 인력, 자금 등 이러한 모든 정보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이해한다는 것은 법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많은 대표들이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시지만,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재무적 측면에서 법인의 정체를 한번 들여다 볼 계획입니다. 대표들과 세무상담을 하면서, 회사의 결산서를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장부에는 이익이 이렇게 많이 났는데, 도대체 돈은 다 어디 갔어?’
그렇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그래서 법인의 대표는 재무제표를 이해해야 합니다. 세부적으로는 몰라도 전체적인 흐름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대표들은 재무제표 관련 책들을 한 두 권 구입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들은 오래지 않아 책장 한 켠에 먼지 쌓인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원래 재무제표의 기본원리(복식부기)는 그리스와 로마시대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로마시대에는 전쟁에서 진 포로 중에 지식인 출신에게 회계업무를 맡겼다고 합니다. 이들 지식인 출신 노예들에게 회계관리는 생존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주인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날, 죽음과 직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회계는 로마시대 주인의 재산을 관리했던 노예들에게 빚을 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을 포괄해서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우선 재무상태표는 12월 말의 회사의 재산 상태를 나타내주는 표입니다. 예를 들어 예금, 부동산, 차입금은 얼마인지 그리고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벌어들인 이익은 얼마인지를 알려줍니다. 손익계산서는 1년간 얼마나 벌었는지를 나타내주는 표입니다. 매출과 비용은 어떠한 지, 이익이 얼마나 났는지를 알려줍니다. 자본변동표는 1년간 자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려줍니다. 자본이 변하는 경우는 증자를 하거나 이익이 늘어난 경우입니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는 한 해에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처분했는가를 보여줍니다. 배당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배당을 하지 않으면 이익잉여금은 계속해서 쌓이게 됩니다. 현금흐름표는 한 해 동안 회사의 현금이 어떻게 변동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영업 활동으로 얼마의 현금이 들어왔는지, 투자는 얼마나 했는지, 차입금은 얼마나 들어오고 상환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많은 대표들께서 ‘돈은 다 어디 갔어?’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분명 결산서에는 이익이 났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돈’이란 손익계산서를 보고 하는 말입니다. 실제 ‘돈의 존재’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흑자 부도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흑자 부도란 이익은 났는데 돈이 없어 부도가 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손익계산서상에는 이익이지만, 현금흐름표상에는 손실로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것으로 회사의 자금 사정이 심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용평가회사에서는 현금흐름표를 중요하게 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약간의 인위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장부를 나름 양호하게 만들기 위해 작업(?)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무제표, 흐름을 이해하자
재무제표는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관성을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1]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무상태표의 대변(오른쪽)은 회사가 ‘어떻게 돈을 모았는가’, 차변(왼쪽)은 ‘무엇에 투자했는가’를 나타냅니다. 손익계산서는 회사가 영업을 통해 ‘얼마의 이익을 남겼는가’를 보여줍니다. 현금흐름표는 ‘현금’이 어떻게 이동했는가를 보여주는 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3가지 표는 ‘흐름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흐름이 바로 ‘회계시스템’입니다. 그럼 그림으로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 대변(貸邊)과 차변(借邊)이란 용어는 회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용어입니다. 대(貸)는 ‘빌려주다’라는 의미입니다. 복식 부기에서 장부의 오른쪽을 말합니다. 차(借)는 ‘빌리다’의 의미입니다. 장부의 왼쪽을 말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의미와 다르게 위치가 반대로 쓰이고 있는 것을 발견 수 있습니다. 임대료(賃貸料)는 빌려주는 것에 대한 대가, 임차료(賃借料)는 빌리는 것에 대한 대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재무제표는 무엇을 말하는가>
* 출처 : 구니사다 가쓰노리, <재무제표 흐름 읽는 법>, 비즈니스북스
① 회사는 출자 또는 투자를 받고 주식을 발행합니다 ☞ 자본금
② 자본금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합니다 ☞ 부채
③ 모은 자금으로 공장의 자동화 설비를 매입합니다 ☞ 자산
④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여 제조한 상품을 판매합니다 ☞ 수익
⑤ 종업원에게 급여를 지급합니다 ☞ 비용
⑥ 회사는 돈을 벌었습니다 ☞ 이익
실제 실무에서는 더존과 같은 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결산을 합니다. 이때 재무 담당자들이 결산이 제대로 되었는지 체크하는 것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합쳐놓은 합계잔액시산표입니다. 참고로 현금흐름표도 이 합계잔액시산표를 이용하여 만듭니다. 합계잔액시산표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차변의 합계와 대변의 합계는 항상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들어온 돈(대변)과 나간 돈(차변)이 같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들어온 돈’이라 함은 자본금으로 들어오거나 차입금으로 들어오거나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말합니다. 나간 돈이라 함은 투자를 하거나 비용으로 지출한 돈을 말합니다.
<합계 잔액 시산표>
위 표에서 색칠해진 부분이 재무상태표이며, 그 아래 부분이 손익계산서입니다. 즉 재무 담당자들은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이 전부 기록이 되어 좌우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일치하지 않는다면, 실수한 것으로 간주하고 결산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재무상태표는 크게 자산과 부채 및 자본으로 나누어집니다. 자산은 크게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으로 나눕니다. 유동자산에는 현금과 예금, 매출채권(외상매출금), 재고자산 등이 있습니다. 비유동자산에는 투자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이 있습니다. 부채는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로 나눕니다. 유동부채에는 매입채권, 단기차입금 등이 있으며, 비유동부채는 대표적으로 장기차입금이 있습니다.
그럼,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1년(one year)’입니다.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유동자산, 1년 이내에 현금화하기 힘든 자산은 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합니다. 단, 재고는 1년내에 현금화할 수 없어도 유동자산으로 분류합니다. 부채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자산은 유동부채, 1년 이내에 상환할 필요가 없는 부채는 비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신용평가 회사와 은행이 여러분의 회사 재무제표를 본다면, 어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당연히 ‘회사가 돈을 제대로 줄 수 있는가’일 겁니다. 재무상태표에서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을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유동비율은 ‘얼마나 확실히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표입니다. 또한 ‘부채비율’ (부채÷자본)도 봅니다. 부채비율이 100%라는 것은 부채와 자본이 동일한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으며, 선진국에선 200% 이하 업체를 재무구조가 우량한 업체로 간주합니다.
손익계산서는 한 해의 순이익이 얼마인지를 말해줍니다. 매출액에서 매출 원가, 판매비 및 관리비를 차감하면 알 수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당기순이익이 통상 3~5%가 보통입니다. 바이오 관련 회사는 연구개발 투자로 초기에 대규모 손실이 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법인세는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납부하지만 정확히 당기순이익만을 가지고 계산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인세법에서 인정하는 이익과 회계상 이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기순이익이 확정되면 여기서부터 출발해서 법인세법과의 차이를 조정해서 세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절세는 이 경우에 매우 중요합니다.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성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재무제표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재무제표는 완전무결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특히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손쉽게 조작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중에는 원칙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왜 그럴까요? 대표적인 이유는 은행대출 연장 또는 심사 그리고 입찰을 위한 신용평가 때문입니다. 양호하지 못한 재무제표는 은행에게 대출회수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또한 회사의 낮은 신용등급은 공공기관 등의 입찰에서 불리한 핸디캡을 안게 됩니다. 기업의 영업활동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재무제표에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어떤 경우에는 세무대리인들이 먼저 ‘이쁜 재무제표’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재무제표는 어떻게 ‘성형’을 할까요? 여기서 성형은 이익을 늘리는 것을 말합니다.
첫째, 이익을 늘리는 방법은 ‘재고를 과대 계상’ 하는 겁니다. 기말에 재고를 과대계상 하면, 매출원가가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납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둘째, 기업의 손실을 감추는 방법입니다. 손익계산서 上에서 비용을 고의로 처리하지 않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감가상각을 누락하는 겁니다. 그리고 회수가 불가능한 매출채권도 비용처리 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셋째, 대표가 자신의 급여를 대폭 삭감합니다. 손익계산서 上에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대신 대표도 먹고 살아야 하니, 회사가 대표에게 단기대여금을 빌려줍니다. 이렇게 하면 손익계산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재무제표를 양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넷째, 매출을 일정 시점에서 부풀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12월 월말에 내년 상반기에 발생할 매출을 미리 당기는 겁니다. 물론 거래업체에 양해를 구해야겠지요. 세금계산서의 취소를 전제로 하는 방법입니다.
이와 같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재무적 성형이 가능합니다. 물론 불필요한 성형은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언젠가는 덮어놨던 송곳이 불쑥 튀어나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금흐름표는 성형이 불가능합니다. 법인통장의 잔고와 현금흐름표의 잔액은 일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는 현금흐름표 中에서 ‘영업현금흐름’이 (-)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법인을 이해하기 위한 재무제표의 기본적 흐름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괴테는 ‘회계는 인간 정신의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로마시대 노예로부터 시작된 회계시스템은 치밀함과 완벽성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재무제표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있는 대표는 재무제표에 문외한인 다른 대표들과 분명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자, 시장과 기업을 지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