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고민, 명의신탁지분

먼지 쌓인 고민, 명의신탁지분

에두아르 마네 (피리부는 소년)

먼지 쌓인 고민, 명의신탁지분

 

오래 전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계신 대표들에게 골치 아픈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명의신탁지분입니다. 2001 7 24일 이전에는 법인을 설립 3~5명의 발기인 요건을 강제했습니다. 1996 9 30일 이전에는 7명이상의 발기인을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법인을 설립하는 대표들은 어쩔 수 없이 여러 명의 주주를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유행처럼 과점 주주를 피하기 위해 친구나 종업원 이름을 빌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과점주주를 피하려고 하는 이유는 2차 납세의무 때문입니다.  2차납세의무란 납세를 해야 할 사람이 국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주된 납세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주주)가 그 부족액에 대해 연대하여 부담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식회사의 경우, 50%이상의 과점주주가 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법인설립을 할 때, 관행처럼 타인명의로 지분을 명의신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실제 현장에 가면 오래된 법인들의 70~80% 이상 차명지분을 적든 많든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차명지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실명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회사 설립일

발기인수

1996 9 30일 이전

7인 이상

1996 10 1 ~ 2001 7 23

3인 이상

2001 7 24 ~ 현재

1인 이상

 

원두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에 커피를 납품하는 대표를 만났습니다. 법인 설립 한지 25년 넘은 회사였습니다. 처음 법인을 설립하실 때 신입직원 1명에게 주식 일부를 명의신탁 해놓았습니다. 20대 중반에 입사한 창업공신이었지요. 20년 동안 그 직원은 성실하고 헌신적으로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지금은 회사의 영업총괄 상무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영업상무가 대표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 나이가 어느덧 40대 중반이 넘었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이제는 제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20년 동안 대표님과 함께 일한 것은 제게 행운이었습니다. 대표님의 보살핌과 은혜는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처음에 대표는 극구 만류했습니다. 너무나 아끼는 직원이었고, 오른팔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업상무의 마음은 굳건했습니다. 결국 대표는 영업상무의 퇴사를 승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회사를 떠나는 날, 대표는 삼국지에서 조조가 관우를 떠나 보내는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대표는 20년의 헌신에 대해 아낌없는 보상을 했습니다. 영업상무가 관리하던 중요거래처도 떼어줬습니다. 또한 퇴직금과 특별위로금도 지급하였습니다. 환송회에서는 지역에서 고급 일식집에서 최고의 술과 안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영업상무는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회사를 그만둔 영업상무는 3년 뒤 대표를 찾아왔습니다. 왜 찾아왔을까요? 영업상무는 3년만에 만난 대표에게 말했습니다.

 

회사 부도 막으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역부족이었습니다. 대표님. 제가 지금 갚지 못한 빚이 5억입니다. 제 명의로 되어 있는 회사지분, 현금 5억에 사주십시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눌 새도 없이 영업상무는 회사지분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본인의 사정이 급하니 과거의 옛정과 의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는 완전히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일할 때도, 회사를 그만둔다고 할 때도 그렇게 잘해줬는데 말입니다. 이제 와서 본인 것도 아닌 회사지분을 빌미로 돈을 달라고 하니 말입니다. 대표는 이 사건 이후로 며칠 몇 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10년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이런 상황에 처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표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명의신탁지분을 현금 5억을 주고 양수하였습니다. 대표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반대로 여쭙겠습니다. 만약 대표가 영업상무의 차명지분을 사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영업상무가 부채 5억을 갚지 못해서 부도가 난다면, 그는 아마도 신용불량자 될 겁니다. 그 이후 영업상무의 재산에 압류가 들어갈 겁니다. 주식지분에 압류가 들어가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공매(公賣) 처분이 됩니다. 공매의 특성상 어떤 사람이 회사지분을 사가게 될지 모르게 되는 겁니다.

 

명의신탁주식의 문제점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프랜차이즈 대표와 같이 명의수탁자의 변심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법인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자산가치가 높게 성장합니다.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회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음과 동일합니다.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면, 명의신탁지분은 비수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명의수탁자가 사망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첨예화될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명의수탁자가 갑작스런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명의수탁자의 상속인(자녀)들이 부모의 주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의신탁주식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셋째, 회사의 매출과 규모가 큰 경우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가업을 승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상속세 때문입니다. 이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면, 막대한 상속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부모)의 주식보유비율이 특수관계인 포함해서 5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명의신탁주식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명의신탁주식 때문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넷째, 명의신탁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명의신탁주식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근거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 십 년 전에 명의신탁 해놓은 주식의 경우, 법인 설립 주금납입에 대한 금융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수 십 년 전 금융자료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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